간식 없이 못 사는 내가 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
저는 정말 간식을 못 끊는 사람이었어요. 커피 한 잔엔 무조건 과자나 빵이 있어야 하고, 오후 3~4시쯤엔 단 게 너무 당기고, 밤에는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이라도 안 먹으면 뭔가 허전했거든요.
그런데 작년 가을, 피로감이 심해서 병원에 갔다가 당뇨 전단계 진단을 받았어요. 공복혈당이 128, 당화혈색소가 6.4%. 의사 선생님이 “지금부터 관리 안 하면 약 드셔야 할 수도 있어요”라고 말하는데, 그때부터 머릿속이 하얘졌죠.
근데 진짜 문제는 ‘이제 간식도 못 먹는 거야?’라는 생각이었어요. 식단은 어찌 됐든 간에, 저는 간식을 못 끊으면 스트레스로 더 먹을까 봐 걱정이 컸거든요. 그래서 이왕이면 당뇨에 무리가 안 가는 간식을 찾아서 먹어보자고 마음먹었어요.
아무거나 먹으면 큰일 나더라
처음엔 마트에서 ‘설탕 없음’ 표시만 보고 이것저것 사봤어요. 무설탕 비스킷, 당 없는 잼, 저당 초콜릿 같은 것들이죠. 근데… 혈당이 오르더라고요.
왜 그럴까 하고 성분표를 자세히 봤는데, ‘무설탕’이더라도 탄수화물 함량이 꽤 높고, 혈당을 자극하는 당알코올이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.
한 번은 ‘무설탕 요거트’라고 해서 간식으로 먹었는데, 식후 혈당이 180까지 치솟아서 깜짝 놀랐어요. 그때부터 진짜 정신 차리고 내가 직접 만들거나, 진짜 믿을 수 있는 걸로만 먹기로 했어요.
결국 내가 먹고 괜찮았던 간식들 리스트
이건 제가 직접 먹고 혈당도 체크하고, 속도 편했고,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던 간식 리스트예요. 당뇨 환자분들이라면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.
삶은 병아리콩
이거 진짜 강력 추천해요. 포만감도 좋고, 단백질도 들어 있고, 탄수화물은 있지만 천천히 흡수되는 식이섬유 덩어리라서 혈당이 급격히 안 올라요.
저는 미리 삶아서 냉장고에 두고 하루에 한 줌씩 먹었어요. 아예 작은 통에 담아 회사에 가져가기도 했고요.
무가당 그릭요거트 + 아몬드
당류 0g짜리 무가당 그릭요거트에 아몬드 5~6알만 넣어 먹으면 한 끼 식사 느낌도 나요. 단백질도 챙기고, 배도 든든하고, 입 심심할 때 최고였어요.
처음엔 밍밍하긴 한데, 익숙해지면 단 요거트는 너무 달게 느껴질 정도예요.
구운 두부 간식
요즘은 마트에서도 구운 두부나 두부칩 같은 게 나오더라고요. 저는 그냥 두부를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서 소금 살짝 뿌려 먹었는데, 이게 간식이자 단백질 보충용으로도 딱이었어요.
저녁에 배고플 때 라면 대신 먹으면 진짜 만족도 높았어요.
오이, 당근, 셀러리 스틱
솔직히 말하면 이건 처음엔 너무 풀 맛 나서 싫었어요. 근데 배고플 때 혈당 걱정 없이 마음껏 씹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더라고요.
그래서 이왕이면 맛있게 먹자 싶어서 무염 땅콩버터 살짝 찍어 먹거나, 허브솔트 조금 뿌려서 먹었어요. 확실히 이걸로 스트레스 간식 욕구를 좀 줄일 수 있었어요.
사과 1/4조각 + 계피 뿌려서 구워먹기
과일은 무조건 조심해야 돼요. 전 사과를 1/4만 썰어서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리고, 그 위에 계피 살짝 뿌려 먹었어요.
달달한 향도 나고, 진짜 디저트 먹는 기분도 나서 만족도가 꽤 높았어요. 물론 양 조절은 철저히 했죠.
간식 먹을 때 내가 세운 원칙
간식도 아무렇게나 먹으면 안 되니까, 저만의 기준을 만들었어요.
- 무조건 탄수화물 15g 이하
- 먹기 전 혈당 체크 + 먹고 1시간 후 체크
- 가능하면 식후 2시간 사이에 섭취
- 야식은 무조건 금지 (혈당이 다음날까지 영향을 줌)
- ‘간식은 허기 채우는 게 아니라 기분 전환용’으로 생각
이렇게 하니까 간식 먹는 죄책감도 줄고,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어요. 혈당도 오르지 않고요.
간식 못 먹는다고 너무 억울해하지 마세요
저도 처음엔 정말 억울했어요. 주변 사람들은 다 디저트도 먹고, 야식도 먹고, 음료수도 마시는데 나만 물에 오이 씻어 먹는 느낌?
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, 그게 오히려 저를 더 건강하게 만들더라고요. 이전엔 당이 떨어지면 초콜릿부터 찾았는데, 지금은 물이나 단백질 간식으로도 충분히 버텨요.
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, 똑똑하게 선택하면 간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꼈어요.
내가 느낀 당뇨 간식 관리의 핵심은?
- 성분표는 무조건 꼼꼼히 보기
- ‘무설탕’이라고 다 안전한 건 아님
- 식이섬유, 단백질 중심으로 구성
- 당이 낮아도 혈당 반응은 개인차 있으니 직접 체크하기
- 간식은 습관보다 계획이 중요함
한마디로 말하면 **‘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, 관리 속에서 즐기는 것’**이에요.
마무리하며 드리는 진심
간식은 포기하는 게 아니라 ‘다르게 먹는 거’예요.
한 줄 요약하자면, 당뇨 환자의 간식은 참는 게 답이 아니라, 내 몸에 맞는 걸 찾는 게 진짜 답입니다.
처음엔 시행착오도 많고 답답한데, 조금씩 나한테 맞는 간식을 찾다 보면 스트레스도 줄고 혈당도 잡히게 되더라고요.
지금 간식 때문에 고민 중인 분들, 저처럼 하나하나 실험해보면서 찾아보세요. 분명히 내 입에도 맞고 내 몸에도 맞는 간식, 있을 거예요 :)